CRUISE D0 Seoul to Slovenia
KST 05:32 AM
새벽 5시 조금 전에 집에서 나와서 집 바로 앞(1분 거리)에 있는 공항버스를 탔다. 공항버스 기다리는 시간 동안 생각보다 되게 추웠다. 5도 정도 됐었는데 칼바람이 불었다. 나는 요즘 새벽 3시 쯤 자기에 공항버스에 탄 지금, 밤을 샜지만 아직까진 별로 피곤하거나 졸리진 않다. 근데 왠지 이따가 급 피곤해질 것 같다…ㅋ 공항버스 탈 때 버스 기사님께서 짐을 실어 주셨는데, 혼자 20-30kg이나 되는 큰 짐들을 계속 나르시는 모습을 보고 괜스레 마음이 좀 불편했다.. 새삼 공항버스 기사님들의 힘듦을 느끼는 순간이다. 이제 공항까지 쉬어야지!
KST 9:17 AM
아시아나항공 비즈니스 라운지에 왔다. 생맥주를 마셨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나 원래 맥주 안 좋아하는데..ㅋ 음식도 생각보다 맛있었다. 생선까스, 버섯 볶음, 스크램블 에그, 파스타 샐러드 등을 먹었다.
KST 10:48 AM
비행기(TK021)가 지금 막 이륙하려고 한다. 떨리고 설렌다.
KST 12:03 PM
기내식이 나왔다. 여행의 모든 순간을 기록하고 싶어서 기내식도 찍어 두었다. 근데 아까 비즈니스 라운지에서 은근 많이 먹어서 배가 하나도 안 고팠다. 입맛도 별로 없었다.. 비빔밥을 선택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매웠고 맛이 솔직히 좀 별로였다. 억지로 먹는 것보다 안 먹는게 낫다고 생각해서 그냥 남겼다. 레드 와인도 주셨다. 와인도 거의 안 마시고 그냥 냅뒀다.
설마 이게 중국의 황허 또는 양쯔강일까? 아닐 수도 있지만 중국을 지나고 있었고 모양이 뭔가 비슷한 것 같다. 세계지리 배우면서 공부한 것들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너무 신기하다. 여러가지 지형들의 형성 과정, 이유, 용어 등을 아니까 그런게 보일 때 뭔가 되게 재밌다. 이런게 바로 아는 만큼 보이는 건가? ㅋ
비행기 처음 타는 것도 아니면서 이번 비행은 좀 신기하다. 여태까지의 비행 중에서 거의 제일 재밌는 것 같다. 원래는 관심도 없던 것들이 새롭게 느껴지고 궁금증이 많아진다. 이렇게 크고 무거운 비행기는 어떻게 뜨는 걸까. 저렇게 크고 많고 높은 산들은 어떻게 다 형성되었을까. 원래 이렇게 비행기에서 생생하게 지형들이 다 보였나? 구름 말고는 안 보였던 것 같은데...
KST 5:26 PM
나는 6시에 도착인줄 알고 거의 다 온 줄 알았다. 여태까지 5시간 동안 연속으로 노트북을 했다. Motion으로 어떤 인트로 영상을 만들어 봤다. behaviors랑 particles/replicator 기능을 처음 써보는데 몰라도 찾아볼 수가 없으니 완전 답답했다… 그래도 내가 표현하려는 걸 끝내 만들 수 있었다. 그걸 완성하고 나니 어찌나 뿌듯한지(-ing)!! 막 엄청 잘 만들어서 맘에 드는 게 아니라 완전 어설프지만 그냥 내 혼자 힘으로 그걸 해냈다는게 너무 짜맀했다. 결과는 맘에 안 들긴 하다.. 좀 더 멋있게 만들고 싶고 내 성에 안 찬다. 그래도 만족~!
에휴 근데 나 진짜 곧 내리는 줄 알고 비행기 짐 다 정리하고 노트북도 다시 다 넣고 충전기, 옷 등 다 정리했는데 아직도 5시간 정도 남았다… 반 밖에 안 왔다…ㅋㅋㅋㅋ 내 눈은 컴퓨터 하느라 이미 빨개지고 완전 건조해졌다.. 잠 자기는 싫은데.. 잠 안오는뎅.. 컴퓨터랑 옷 다시 꺼내야 하나ㅠㅠ 5시간 어떻게 기다려…… 그래도 아직까지는 오늘 밤 샌 거 치고 컨디션 굿이다. 그리고 완전 좋은 건 사람이 별로 안 타서 자리가 텅텅 비었다 ㅎㅎ 근데 지금 기내에 불을 아예 다 꺼버려서 창문도 못 열고 답답해 죽겠다. 컴터하는데 완전 어둡고 눈부시고ㅠ 에휴 5시간이나 남았으니 컴터는 불가피한 것 같다…..;;;
KST 8:56 PM
결국 아까 컴터 바로 꺼내고 좀 전에 기내식 저녁 먹기 전까지 했다. 드디어 거의 도착했다. 두 시간 정도 남았다. 날씨가 매우 추워졌다ㅠㅠ 창문 밖에 보니까 산이 엄청 많다. 이렇게 많고 높은 산들을 이렇게 제대로 높은 곳에서 보는 건 처음인 것 같다. 비행기 처음 타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새롭고 신기하지? 아 그리고 뜬금 없지만 이 터키항공의 어떤 남자 승무원님이 나 어릴 때 영어학원 선생님과 닮으셨다 ㅋㅋ 이제 비행한 지 딱 10시간 됐다. 얼른 도착했으면 좋겠다.
TRT 4:50 PM
드디어 도착! 여기는 경유지 이스탄불. 근데 도착하자마자 셀룰러 데이터 켜니까 외교부 문자 폭풍으로 옴. 이스탄불 등 테러 위험 증가라고 계속 옴 ㅠㅠㅠㅠ 안 그래도 걱정했는데 설마 안 좋은 일 일어나진 않겠지? 기온은 6도. 날씨는 좋음. 어차피 여긴 경유지니까..!
이스탄불에서 슬로베니아의 류블랴나로 가는 길의 기내식.
CET 6:54 PM
류블랴나 도착. 밖에 나왔는데 엄청나게 큰 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벤인지 버스인지.. 처음 딱 바깥 보자마자 느꼈다. 확실히 건물들이 한국이랑 완전 다르다. 유럽 처음 온 나한텐 너무 신기하고 예뻐보인다. 내일의 투어가 기대된다.
8:25 PM
Best Western Premier Hotel Slon
류블랴나 시내의 중심에 있는 우리 호텔! 여기가 원래 예약하기 진짜 어렵다고
한다. 정말 바로 앞에 시내가 떡하니 있어서 너무 좋았다. 저 코끼리 인형은
주는 건 줄 알고 좋아했다가 알고보니 사라는 거였다..ㅋ 귀에 가격표가 붙어
있었음.. 왠지 줄 리가 없다 했어..ㅎ
호텔에 짐만 놓고 바로 시내로 맥주
마시러 나갔다. 유럽 맥주가 그렇게 맛있다던데... 나는 밤이 너무 좋다.
그래서 신났다. 근데 생각보다 추웠다.
유럽 사람들은 정말 안주를 거의 안 먹고 술만 마시나 보다. 메뉴판에 안주가 거의 없었다. 딱 2개 있었다. 올리브&치즈, 그리고 샌드위치. 사람들의 테이블에도 안주가 아예 없이 술잔만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한국인이니까 최소한의 안주를 시켜봤다. 나는 크래커를 제일 맛있게 먹은 것 같다 ㅋㅋ 한국의 아이비 맛이었음.
잠깐의 시내 탐방을 마치고 호텔로 다시 들어왔는데, 1층 바에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근데 알고보니 10분 후에 마감이었다. 그래도 그냥 자기는 아쉬워서 한번 들어가봤다. 거기서 데킬라를 처음 마셔봤다. 알고보니 데킬라도 급(?)이 있는데 비싼거 사주시길레 마셔봤다. 소금이랑 라임이 같이 나왔다. 첫 인상은… 위스키보다는 훨씬 나았다. 내가 싫어하는 위스키 특유의 그 향이 안 났었고 위스키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그래서 2잔 마셨다.
내가 시킨 줄 잘못 아시고 다른 술을 가져다 주시는 모습..ㅋㅋ